먹구름 사이로 비추는 반짝 햇살 같은 선물이 되기를
- 모자 전문 브랜드 SHINJEO(신저)의 박신저 대표 -
모자 전문 브랜드 SHINJEO(신저)는 2017년부터 매해 연말이면
모자 수백 개를 추려 깨끗하게 소독한 뒤 정성스럽게 포장해 세브란스에 기부한다.
항암치료 중인 암 환자들에게 이 모자 선물이 잠시라도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길 소망하면서.
친구의 아픔을 헤아렸던 그 마음으로
지난 12월 6일, 연세암병원 5층 암지식정보센터에서는 병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특별 행사가 열렸다. 모자 전문 브랜드 SHINJEO의
박신저 대표가 항암치료 중인 암 환자들을 위해 모자를 기부하면서,
환자들을 직접 만나 모자 구매 및 착용법에 관한 짧은 특강을 들려주고,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모자를 찾아주는 일대일 컨설팅을 진행한 것이다.
환자들은 예쁜 모자들을 둘러보고 전문가의 추천대로 직접 써보기도 하면서,
잠시나마 병에 대한 근심을 내려놓고 포근한 선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이번 행사는 항암치료로 신체적 변화를 겪는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자존감 회복을 돕고 싶은 박신저 대표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암 환자들을 향한 각별한 이 마음은 박 대표의 개인적인 아픔과 닿아 있다.
그녀는 언제나 의지가 되어주던 소중한 친구가 10여 년 전,
4기 위암으로 세브란스에서 투병하는 과정을 함께했던 경험이 있다.
"지방에 사는 친구가 서울역에 도착하면 세브란스까지 태워오고,
항암주사 맞는거 지켜보고, 밥 먹여서 다시 내려보내고,
그렇게 세브란스를 자주 함께 다녔어요.
그런데 암 투병이 보통 지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활발하던 친구가 조금씩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이 참 마음 아팠습니다."
당시 박신저 대표는 이전에 하던 일을 접고, 가장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모자 사업을 계획하고 유학을 준비 중이었다. 항암치료로 탈모를 겪으며
우울해하는 친구에게 그녀는 자신이 처음 만드는 모자를 선물하겠노라
약속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가 유학을 떠나고 얼마 후,
친구는 하늘로 떠나고 말았다.
잠시라도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기를
유학을 마치고 2015년 모자 전문 브랜드 SHINJEO를 런칭한 박 대표는 2017년부터 8년째 매해 연말마다 세브란스에 모자를 보내오고 있다.
암 환자들의 몸에 직접 닿을 물건이라, 직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적합한 모자를 추려 뜨거운 스팀으로 깨끗하게 소독한 뒤 바짝 말려서 조심스럽게
준비한다. 그리고 이 모자 선물이 암 환자들에게게 잠시라도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길, 또 완치라는 선물이 찾아오길 기도하면서 모자를 하나하나 포장한다.
"암 투병은 막연한 기대와 실망으로 혼돈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 친구 말이 어느 날은 다 나을 것 같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가, 또 어느 날은 이대로 모든 게 끝날 것만 같아서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그러더군요. 힘들게 투병하는 암 환자분들에게 SHINJEO의 모자가 잠깐이라도 기쁨과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먹구름 가득한 날 잠깐 반짝하는 햇살 덕분에 '내일은 날씨가 맑을 수도 있겠구나' 희망을 갖게 되는 것처럼요."
8년 동안 이어진 SHINJEO의 꾸준한 모자 기부는 소아암 환아를 포함해 항암치료 중인 암 환자 2,269명에게 따듯한 선물이 되었고, 그 가치는 3억 5,000여 만 원에 달한다. 박신저 대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꾸준히 환자들을 도울 계획이다. "처음 모자 기부를 마음먹었을 때 만약 목표 수량이나 금액을 정했더라면 아마 부담 때문에 시작하기 어려웠을 거에요. 큰 부담 없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환자들을 돕고 싶은 마음을 매해 형편에 맞게 실천으로 옮기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이나 여성을 돕는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