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저하증
Hypothyroid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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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상선저하증이란?
갑상선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이 생리적으로 필요한 양만큼 충분히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갑상선호르몬은 우리 몸 전체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원인으로든 갑상선호르몬이 인체에 필요한 양보다 부족해지면 중요 장기의 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대사되지 않은 물질들이 정체되어 여러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편 실제로는 사람마다, 또 나이, 임신 여부, 동반 질환 등에 따라서 갑상선호르몬의 부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환자의 현재 상태뿐 아니라 이전에 여러 질병으로 치료받았던 경력, 현재 다른 질환으로 처방받고 있는 약제, 각종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 복용 여부 등에 따라 진단과 치료 또한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갑상선저하증의 증상
가벼운 갑상선저하증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간 방치하면 심혈관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매우 천천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노화나 치매 증상으로 오인하기도 합니다.
- 피곤하고, 몸이 붓고, 추위를 많이 탄다.
- 말이 어눌해지고 행동이 느려진다.
- 목 앞쪽으로 갑상선이 커져서 도드라지게 만져지는 고이터(갑상선종)가 나타난다.
- 변비가 생기고, 여성에서는 생리 양이 늘어난다.
- 피부나 손톱, 머리카락의 생기가 없어진다.
- 기존에 특별한 대사질환이 없었는데 갑자기 콜레스테롤이나 요산 수치가 상승한다.
- 갑상선저하증의 원인
갑상선저하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라고 부르는 만성 갑상선염입니다. 이것은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으며 감염 등의 외부 원인 없이 장기적으로 갑상선에 염증이 발생해 호르몬 생성이 부족해지는 질환입니다. 그 밖에 갑상선저하증의 원인으로는 상기도 바이러스 감염 이후에 갑상선 통증을 동반하며 생기는 아급성 갑상선염, 통증이 없는 무통성 갑상선염, 출산 직후 발생하는 산후 갑상선염 등이 있습니다.
갑상선 자체의 문제 없이 외부적인 요인으로도 갑상선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요오드 과잉 섭취와 여러 약제에 의한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해조류나 요오드를 함유한 약제를 과량 섭취하거나 CT 검사를 위한 조영제 투여 등으로 과량의 요오드가 체내로 들어올 경우 갑상선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개발되어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의 약제도 갑상선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갑상선암을 포함한 여러 이유로 갑상선을 수술로 절제하거나 방사선치료, 방사성 요오드치료 등을 받은 이후에도 갑상선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갑상선저하증의 진단
갑상선호르몬은 혈중에 아주 미량이 존재하므로 갑상선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실제 갑상선호르몬을 측정하는 것보다 갑상선의 기능을 조절하는 뇌하수체호르몬인 갑상선자극호르몬(Thyroid Stimulating Hormone, TSH)를 측정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TSH가 높을수록 갑상선 기능이 떨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 갑상선저하증의 치료
성장기 어린이나 임신부의 경우, 갑상선호르몬이 일상생활뿐 아니라 정상적인 성장과 태아의 발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므로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반면 고령으로 갈수록 경미한 갑상선저하증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증상이 없는 환자에서는 치료 시작을 신중히 하는 편입니다. 또한 같은 연령대의 환자라도 평상시 유지되어온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갑상선 기능의 추이를 평가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현재로서는 이 염증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이 없으며, 부족한 호르몬을 ‘레보티록신’이라는 합성 호르몬제를 투여해 보충하는 치료를 유지합니다. 약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절한 용량을 유지하면 큰 부작용이 없고 약제 비용이 매우 저렴한 것은 다행스러운 점입니다. 아급성 갑상선염, 무통성 갑상선염, 산후 갑상선염 등은 대체로 3~9개월의 다양한 기간을 두고 서서히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어 약을 끊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상당 기간 갑상선항진증과 저하증이 번갈아 반복될 수 있으므로 3~6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합니다. 갑상선을 수술로 절제했거나 항암약물치료, 방사선치료, 방사성 요오드치료 등으로 인해 갑상선저하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갑상선호르몬제 보충이 필요합니다.
- 갑상선호르몬제 복용 시 주의사항
레보티록신은 일종의 합성 호르몬으로서 약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약제를 중단하더라도 호르몬의 효과는 몇 주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갑상선저하증이 확실하고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결정되면 귀찮더라도 갑상선호르몬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간혹 피치 못할 이유로 중간에 며칠 약제를 복용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당장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오랜 기간 약제를 띄엄띄엄 복용할 경우 호르몬제의 평균 복용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되기 때문에 되도록 날마다 정해진 용량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합성 호르몬제의 특성상 장에서 흡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식사 30~60분 전에 공복 상태에서 복용하는 것이 좋고, 칼슘제나 철분제, 제산제 등의 약제는 흔히 갑상선호르몬제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신동엽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