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Alzheimer disease


  • 알츠하이머병이란?

알츠하이머병은 고령에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입니다. 이 질환을 처음으로 소개한 독일 정신과 의사 알츠하이머 박사는 망상과 인지장애를 보이던 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와 신경섬유다발(neurofibrillary tangle)이라는 특징적인 뇌 조직 소견을 기술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즉 알츠하이머병은 인지기능 상태에 따라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특징적인 뇌 조직 소견으로 진단합니다. 한동안 ’알츠하이머형 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치매 상태에 이르게 된 이유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추정된다는 뜻입니다. 과거엔 사후 뇌 부검 외에는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확신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치매‘란 기억력을 포함한 다양한 인지기능, 즉 언어기능, 계산능력, 사물을 알아보는 능력, 일을 조리 있게 처리하는 집행 능력 등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할 정도로 문제가 생긴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치매에 이르게 하는 원인은 물리적 충격에 의한 뇌 손상, 뇌졸중 등 매우 다양하지만, 노화라는 맥락 안에서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 알츠하이머병입니다. 그래서 보통 동의어처럼 쓰이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알츠하이머병’은 생물학적으로 정의된 특정 질환명이고, ‘치매’는 원인과 무관하게 인지장애 상태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이 되었더라도 치매 상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상생활에는 이상이 없는 ‘경도인지장애’ 상태일 수도 있고, 정상적 인지기능 상태를 보이더라도 뇌에서는 이미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 알츠하이머병의 증상

대표적인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는 인지기능 저하입니다. 기억장애, 반복 질문, 표현이나 이해가 어려운 언어장애, 계산장애, 길 찾기와 얼굴 알아보는 것에 대한 어려움, 일의 순서가 뒤죽박죽되는 집행기능 장애 등이 나타납니다. 기억력은 최근 경험한 일일수록 오히려 기억을 더 못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새로운 정보의 입력이 잘 안 되고, 예전의 정보는 이미 잘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환자들이 잠에서 깨어 혼란 가운데 ‘내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몇 년 전 이사 온 현재의 집보다 과거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집에 대한 기억이 뇌에 더 견고하게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뇌 기능 장애가 점차 진행되면서 인지기능 장애뿐 아니라, 우울증, 무의욕증, 의심과 망상, 환청, 공격성 등의 정신행동 증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질환 초기에도 잘 발생하며, 이런 정신행동 증상이 있는 경우 질병의 진행이 빨라집니다.


  •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두 가지 뇌 조직 병리 소견은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와 신경섬유다발(neurofibrillary tangle)입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아밀로이드라는 작은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뭉쳐진 미세 덩어리로 뇌 조직에 염증과 손상을 일으킵니다. 신경섬유다발은 타우(tau)라는 단백질이 세포 안에 뭉친 것으로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능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뇌세포를 사멸시킵니다. 이러한 뇌 조직의 변화로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경미한 기억력장애가 나타나며, 아밀로이드 플라크나 신경섬유다발의 영향을 받는 뇌 영역이 점점 늘어나면서 다양한 심리행동 증상이 발생하고 인지기능 장애는 점차 심해집니다.
한편 이 두 가지 단백질이 형성되는 이유로는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는데, 환경적 요인의 경우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발병을 촉진하는 ‘위험인자’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중 대표적인 것이 노화입니다. 하지만 정상적 노화에서 보이는 인지기능 감퇴와 알츠하이머병에서 보이는 인지기능 감퇴는 관련된 뇌 부위와 그 정도가 다릅니다. 노화 외의 위험인자로는 당뇨, 고혈압, 우울증, 수면장애, 낮은 수준의 뇌-신체-사회 활동, 청력저하, 흡연과 음주, 미세먼지 등이 있습니다.


  •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확진하는 방법은 뇌 조직 검사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신경섬유다발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뇌 조직 검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신 플라크와 타우 신경섬유다발에 결합하는 방사성물질을 주사한 후, 이들이 뇌에서 결합하기를 기다렸다가 영상을 얻는 아밀로이드 혹은 타우 PET 등을 시행해 검사합니다. 최근에는 혈액 내에 아밀로이드와 타우를 검출하는 기술이 상당히 발전해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 분류하는 기술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MRI나 신경심리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합니다. MRI는 기본적으로 혈관성 치매나 뇌종양 등 다른 뇌 질환으로 기억장애가 생긴 것은 아닌지를 감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하며, 신경심리검사는 알츠하이머병 자체를 진단한다기보다는 인지기능이 치매 상태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보통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인지장애가 유의하게 있는지를 살펴보고 MRI를 통해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한 후, 원인에 따른 확진이 필요할 때 아밀로이드 PET을 시행하게 됩니다.


  •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인지기능 개선을 위해서는 뇌 속에 콜린이라는 물질을 높여주는 콜린분해효소 억제제와 뇌 신호의 잡음을 줄여주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억제제를 사용합니다. 이들은 인지기능을 호전시키기도 하지만 뇌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때 약을 복용해도 인지기능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느껴서 약물을 중단하면 안 됩니다.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행동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항우울제, 항정신증제, 기분안정제 등이 사용됩니다. 또한 원인을 제거하는 생물학적 치료로서, 아밀로이드를 뇌에서 제거하는 항체치료제가 최근에 개발되었습니다. 다만 이 치료제는 질병의 초기에 사용해야만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밖에도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많은 신약들이 계속 개발 중에 있습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교수>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