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유전자검사와 신약 임상시험,
폐암에 맞서는 최고 무기
폐암 항암약물치료의 베스트 닥터 김혜련 교수
⚊
최근 비흡연 여성에서 폐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폐암의 주요 발병 원인은 단연 흡연입니다. 하지만 국내 흡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폐암 발생률에 변화가 없는 것은 흡연 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는 간접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 폐암의 발생률은 1997년 약 20% 수준이었으나, 2013년 이후 30%를 넘었고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흡연력이 있는 여성 폐암 환자는 약 10%에 불과해 흡연 이외의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간접흡연, 조리 시 배출되는 미세물질(조리퓸, cooking fumes), 라돈 노출, 대기오염 등을 폐암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요소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폐암 고위험군에게 권장되는 검사는 무엇인가요?
미국에서 진행한 대규모 무작위 배정 비교 임상시험에 따르면, 흡연력이 30갑년 이상인 폐암 고위험군에서는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폐암 검진 시 흉부 X-ray를 이용한 검진에 비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 20%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에서는 폐암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5-74세의 고위험군에게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폐암 선별검사를 매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폐암 환자 3명 가운데 1명은 비흡연자이기 때문에, 비흡연 인구에서의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해 폐암 고위험군의 정의와 검진 권고 범위를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폐암은 장기 생존율이 떨어지는 무서운 암으로 악명 높습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암의 예후는 병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폐 안에는 신경조직이 없어서 암이 발생하더라도 통증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암이 진행되면 기침, 호흡곤란, 각혈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비 특이적인 증상이라 폐암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고요. 저선량 CT가 도입되면서 조기 폐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나, 아직도 폐암 환자의 약 60%는 진행성 전이성 병기에서 진단됩니다. 이렇게 폐암은 특이적인 증상이 없는 데다가 암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진단 당시 뇌, 뼈, 간 등으로 전이되어 있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폐암 치료는 병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나요?
1, 2기, 그리고 일부 3기 초의 환자는 대부분 수술을 먼저 진행하고, 이후 위험도에 따라 항암약물치료를 추가합니다. 이때 표적이 있으면 각 표적에 맞는 표적항암제를, 표적이 없는 경우에는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재발 위험을 줄이고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어느 병기나 마찬가지지만, 3기에서는 여러 과 전문가들의 다학제적 접근이 특히 중요합니다. 선행 항암약물치료로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의 병합요법 후 수술치료, 항암 및 방사선치료 후 면역항암제 유지요법 등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수술, 항암약물치료, 방사선치료가 최적의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4기에서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가 치료의 근간이 됩니다.
폐암 치료에서 유전자검사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왜 그런 가요?
폐암의 종류와 유전자 표적의 존재 유무에 따라 치료 약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폐암 진단 시 폐암의 대표적인 유전자 돌연변이인 EGFR, ALK, ROS1에 대한 유전자 표적검사를 시행해 표적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표적항암제를 처방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과 여성 비흡연자 폐암에서 많은 EGFR 돌연변이가 있으면 매일 경구 복용하는 표적치료제인 EGFR 억제제를 사용합니다. 표적이 없는 환자는 면역 바이오마커인 PD-L1의 수치에 따라 PD-1 억제제인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단독 치료 또는 펨브롤리주맙과 세포독성항암제 병합 치료 등을 시행합니다. 또 기본 표적이 없는 환자 라도 차세대유전자검사(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를 통해 기본검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표적을 발굴해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검사는 폐암 항암약물치료의 첫 걸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도입 이후, 진행성 전이성 폐암 환자의 생존율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표적항암제는 유전자 돌연변이, 즉 암세포에서 발현하는 특정 물질을 표적 삼아 집중 공격하기 때문에 암세포 사멸 효과는 높은 반면,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은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그러나 약제 사용 1-2년이 지나면 내성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내성이 발생한 경우에는 혈액 또는 조직검사를 시행해 내성 돌연변이의 원인에 맞춰 효과적인 후속 약제를 사용하며, 만약 허가된 표적항암제가 없다면 신약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면역항암제는 세포독성항암제나 표적항암제와 작용 원리가 달라서, 우리 몸에 있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죽입니다. 면역항암제에 치료 반응이 있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30-40% 수준으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효과가 드라마틱해서 진행성 폐암 환자의 약 15-20%는 5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항암약물접합 항체(ADC, Antibody DrugConjugate) 치료가 새롭게 등장해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항암약물접합 항체 치료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어떤 원리의 치료법인가요?
항암약물접합 항체 치료제는 암세포에만 항암제가 집중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항체에 암 표적과 항암제를 결합시킨 차세대 항암제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알파벳 Y 모양으로 생긴 항체의 양쪽 머리에는 폐암의 표적을 붙이고 항체의 꼬리에는 항암제를 달아서, 마치 미사일처럼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게 하는 원리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표적을 타겟으로 항암약물접합 항체를 만들 수 있으며, 현재 폐암에서는 HER2 돌연변이를 타겟으로 하는 약제로 엔허투(Enhertu)가 허가되어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폐암 세포에 집중적으로 있는 TROP2, HER3 등을 타겟으로 하는 항암약물접합 항체 치료가 신약 임상시험으로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약제들이 기존의 항암제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기존의 약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 내성 극복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폐암 치료제의 발전이 놀랍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 이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20-30년 전만 해도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전이성 폐암 환자의 기대 여명은 6개월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약제 부작용이 심해 항암약물치료 중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폐암 항암제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서, 장기간 항암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환자 비율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폐암이 예후가 나쁜 암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폐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이 1년에 10번 업데이트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폐암 치료법은 날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약제를 적기에 활용해 최적의 치료 효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폐암 전문의와 상의해 전반적인 치료 계획하에 치료를 시작하고, 임상시험을 치료 전략의 하나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공적인 폐암 치료를 위한 Dr. 김혜련의 특급 조언
- 체력이 곧 암 치료를 버티는 힘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루 30분, 적어도 일주일에 3번 이상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한다. 이때 가족들이 환자와 함께 운동한다면 환자의 체력 관리는 물론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 폐암 치료법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지만, 암과의 싸움은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가족들의 칭찬과 격려, 긍정의 말 한마디는 환자에게 암과 싸울 의지를 북돋워주는 가장 좋은 영양제다.
- 몸에 좋다는 유혹에 넘어가 주치의와 상의 없이 외부 치료를 받다가 오히려 전신 건강이 악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암 치료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주치의와 상의 후 진행한다. 환자와 보호자, 주치의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걷는 원팀임을 명심하자.
김혜련 교수
종양내과
⚊
“환자분이 지침을 잘 따라주시니까 치료 반응이 좋네요.” “운동 열심히 하셨군요. 잘하셨어요.” 김혜련 교수의 진료실에서는 이렇게 칭찬과 격려의 말이 자주 흘러나온다. 지난한 암 치료 여정을 걸어가는 환자와 가족에게 긍정 에너지를 북돋아주기 위해서다. 폐암과 두경부암의 항암약물치료 및 신약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그녀는 처음 진단부터 치료 마지막까지 환자와 함께하는 종양내과 의사로서 최적의 로드맵을 갖고 최선의 길을 안내하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환자들 곁을 지키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4년 4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