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최적의 치료로 

생존 기간 늘리고 삶의 질 높인다. 

췌장암 환자에게 최선의 길 안내하는 이충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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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으로 악명 높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췌장은 위장의 뒤편, 배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가,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암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또한, 췌장암은 해부학적으로 주변 장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을 침범할 확률이 높고, 그 경우 암 덩어리가 크지 않더라도 수술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 가운데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20%도 안 됩니다. 췌장암 자체의 생물학적 특성도 문제입니다. 현재 다른 장기의 암에서는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뿐 아니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까지 새로운 기전의 효과적인 약제들이 개발되어 쓰이고 있으나, 췌장암에서는 치료의 타겟이 되는 표적 자체가 거의 발견되지 않아 사용 가능한 표적항암제가 드뭅니다. 또 대부분 암종은 일부 환자일지라도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증명되었는데, 췌장암에서는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미미합니다. 췌장암은 공격적이고 재발을 잘하지만, 수술 가능한 환자가 적고 항암제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보니 안타깝게도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췌장암 치료 과정은 병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나요? 

췌장암의 초기 치료 방향 설정에는 수술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수술로 암을 최대한 제거해야 암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술 가능 여부에 따라 절제 가능 췌장암,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 국소 진행성 췌장암, 전이성 췌장암 4단계로 나눠 치료 방침을 정합니다. 한편 췌장암은 재발을 잘하는 특성이 있어서 절제 가능한 초기 췌장암일지라도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 항암치료를 진행합니다.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의 경우 과거에는 암 제거 수술을 먼저 시도했지만, 선행 보조 항암치료 후 수술하는 것이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인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어 최근에는 4-6개월 정도 항암치료를 한 후 수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은 항암치료만 하나요? 

국소 진행성 췌장암은 4기 암에 따라 항암치료를 하면서 꾸준히 영상검사를 시행해 암의 치료 반응에 따라 수술, 방사선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있는 전이성 췌장암은 일반적으로 항암치료를 지속합니다.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가 최적의 조화를 이뤄야 하므로 간담췌 외과, 종양내과, 소화기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등 여러 과의 의료진들이 상의해 치료 방침을 결정합니다.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에서는 매주 컨퍼런스와 다학제 진료를 열어 환자 사례를 적극적으로 의논함으로써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췌장암에서 사용되는 항암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현재 1차 치료로는 3제 요법인 폴피리녹스와 2제 요법인 젬시타빈+아브락산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폴피리녹스는 5-FU, 이리노테칸, 옥살리플라틴이라는 3가지 항암제를 조합한 약제로, 2주 간격으로 2박 3일 동안 항암 주사를 맞게 됩니다. 반면 젬 시타빈+아브락산 항암주사는 2-3시간으로 소요 시간이 짧지만, 1주 간격으로 4주 동안 총 3번의 치료가 진행됩니다. 2차 또는 3차 치료로는 오니바이드 라는 약제를 5-FU와 병용하는 요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외에 다른 경구 항암제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니바이드를 폴피리녹스 요법 중 이리노테칸 대신 조합해 1차 치료로 사용하는 날리리폭스 요법에 대한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항암제의 종류와 용량은 암의 크기와 진행 정도, 암세포의 병리학적 종류, 환자의 나이와 전신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며, 부작용이나 내성이 나타나면 약제를 조절하거나 변경합니다.



췌장암에서는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등의 신약은 효과가 전혀 없는 건가요? 

BRCA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경구 복용하는 표적항암제를 유지요법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KRAS 돌연변이, 세포막 단백질인 CLDN18.2 등을 비롯하여 새로운 표적들을 대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들이 새로 개발되어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중입니다. 이러한 약제들은 반응도 좋고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암에 비해 췌장암은 약제가 개발된 표적 자체도 드물고 해당 표적을 가진 환자 수도 적어서 안타깝게도 약물 적용이 가능한 환자가 극소수입니다. 그래도 대상이 되는 환자는 반응이 좋은 경우가 많으므로, 췌장암 진단 후에는 유전자검사(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를 받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표적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의 병용요법,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기 위한 백신,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 등 췌장암의 불량한 예후를 극복하기 위한 신약 임상연구들이 종양내과를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므로 적합한 임상시험에 참여한다면 새로운 치료 기회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세암병원에서 시행 중인 중입자치료가 췌장암에도 효과가 있을까요? 

중입자치료는 기존 방사선치료보다 더 정밀하게 암세포만 조준 타격하는 반면 주변 장기에 미치는 부작용은 적기 때문에 배 속 깊숙이 고정된 췌장암 치료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먼저 고려 중인 치료 대상은 절제 가능한 췌장암이지만 나이, 전신 상태, 기저질환 등으로 인해 수술이 어려운 환자, 또는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입니다. 다만 중입자치료는 방사선치료의 일종이므로 중입자선이 도달하는 부분에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 는 국소치료법입니다. 따라서 중입자치료만으로 다양한 병기의 췌장암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기존의 치료와 조화를 이뤄야 최적의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게는 여전히 항암치료가 핵심입니다. 연세암병원 췌장 담도암센터에서는 여러 과의 췌장암 전문의들이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는 최적의 중입자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해왔으며, 곧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생존율이 낮은 암이라 지레 겁부터 먹는 환자, 보호자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췌장암 진단에 절망한 나머지 처음부터 치료를 아예 포기하는 환자도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췌장암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통증 관리와 삶의 질을 위해서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에 더해 수술 기법, 중입자치료를 비롯한 방사선치료, 항암약제 등이 더디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서 기대 이상의 치료 효과를 경험하는 환자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발성 전이를 동반한 췌장암 4기를 진단받아 기대 여명이 1년 미만이었지 만 적극적 치료를 하면서 암을 다 제거하고 3년 넘게 재발 없이 지내는 환자분들도 있고, KRAS G 12C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을 하루 한 번 복용 하면서 2년째 질병 진행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환자분도 있습니다. 모든 환자가 완치 성적표를 받아드는 건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적극적 치료를 통해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 통증을 관리하면서 가족, 지인들과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힘든 치료 과정을 버티는 환자와 가족에게 교수님이 가장 많이 당부하시는 건 무엇인가요? 

환자, 보호자들이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 많이 물어보시는데, 회처럼 감염 위험이 큰 날 음식을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입맛 당기는 대로 다 먹어서 영양을 충분히 보충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체중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고, 골수 기능도 더 잘 유지되고, 항암치료도 일정에 맞춰 계획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치료와 관련된 것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 특히 한방치료, 고농도 비타민 주사, 면역치료, 세포주사 치료 등을 받으면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며 암 환자와 보호자를 유혹하는 손길이 많은데, 주치의와 상의 없이 외부치료를 받다가 오히려 간 손상이 심해지고 응급실에 실려 오는 사례가 제법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이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는 암 전문 의료기관에서 증명된 근거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표준치료와 신약 임상시험임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충근 교수

종양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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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의 생존율로 악명 높은 췌장암과 담도암을 비롯해 고형암의 항암치료와 신약 치료가 전문 영역이다. 

세브란스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세브란스의 명성에 걸맞은 최고이자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 

이를 위해 암 전이를 막는 중개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다양한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시행하고 있다. 

고된 암 치료 여정을 걸어가는 환자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기를 소망하며, 진중하고 사려 깊은 태도로 환자들 곁을 지키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4년 5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