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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성 전이성 위암,
신약 임상시험으로 생존율 향상에 도전
위암 항암약물치료의 베스트 닥터 정민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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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위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로 손꼽힙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위암은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높은 암으로,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입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의 염증을 유발해 암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감염률이 높습니다. 또 잘 알려진 대로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비율은 낮지만 유전이나 바이러스 등도 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행히 긍정적인 소식은 위암 발병률이 계속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국가 암 검진 사업으로 위암 검진이 일반화되면서 위암 조기 발견은 물론이고, 암 전단계에서 미리 치료하고 관리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또 위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제균 요법, 개인 식습관 등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점차 감소하는 것도 좋은 변화입니다.
조기 발견이 늘어났다면, 그만큼 3-4기로 진단받는 환자들이 많이 줄었겠습니다.
3-4기로 진단받는 환자 비율이 계속 감소해 우리나라 위암 환자의 60-70%는 1-2기로 진단받습니다. 암은 병기가 높아질수록 치료가 어렵고 재발을 잘 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니 반드시 40세부터는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받기를 권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젊은 여성에서 주로 발생하는 미만형 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속이 아프고 소화가 안 돼 내시경 검사로 위염 진단을 받아 한동안 약을 복용했음에도 증상이 나아지질 않고,오히려 체중이 줄어들고 복수가 차서 배가 불러온 뒤에야 미만형 위암 4기로 진단받는 환자들이 간혹 있습니다.
미만형 위암은 흔히 알려진 위암과 어떻게 다르길래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도 발견이 잘 안되는 건가요?
일반적으로 위암은 고령의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반면, 미만형 위암은 40대 이하의 젊은 여성 환자가 많은 편입니다. 내시경 검사에서 염증과 잘 구별되지 않는 데다, 병의 진행이 빠르며,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게다가 미만형 위암은 복막 전이가 잘 일어나는데, 복막 전이는 암이 마치 좁쌀이나 씨앗을 뿌려놓은 것처럼 흩어져 자라기 때문에 CT 검사에서도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젊은 연령대에서 위장관 관련 증상이 있어 내시경 검사 후 위염으로 약을 복용했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문의에게 재검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위암을 진단받으면 무조건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내시경 검사와 조직검사로 위암이 확진되면 CT, PET-CT, 진단적 복강경 등의 추가 검사를 시행해 암의 전이 정도를 확인합니다. 종양이 위의 점막 층이나 점막 하층에만 존재하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 위암은 내시경 절제만으로도 완치율이 90%가 넘기 때문에 항암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종양이 점막 하층을 넘어 조금 더 진행된 상태라면 수술 후 병기를 결정하는데, 1기에서는 항암치료 없이 추적 관찰만 하면 되고, 2-3기인 경우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 항암요법이 추가됩니다. 암이 주변 림프절을 넘어 복막이나 간, 폐 등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된 4기 위암에서는 항암치료가 표준치료입니다.
전이성 위암에서도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가 많이 사용되나요?
같은 4기 위암이라도 암의 특성에 따라 치료제가 달라집니다.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는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치료 효과가 좋고 부작용은 적어 여러 암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특정 표적이나 면역 표지자가 확인된 환자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안타깝게도 위암은 발굴된 표적 자체가 많지 않고, 해당 표적을 가진 환자도 적습니다. 게다가 위암의 생물학적 특성상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 하나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려워 세포독성 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주로 어떤 환자들이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표적치료제는 암을 일으킨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집중 공격하는 약제입니다. 현재 위암에서 가장 대표적인 표적은 HER2로, 진행성 위암 환자의 약 15%에서 HER2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Claudin18.2라는 새로운 표적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어 생존율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면역치료제는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 세포들을 활성화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죽이게 만드는 원리로, PD-L1이라는 단백질이 많이 발현될수록 효과가 높게 나타납니다. 또 암억제유전자의 MMR 단백질에 문제가 있거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위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연관 위암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만약 HER2 표적이 있으면 PD-L1이 양성이라면 세포독성 항암제에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치료 효과가 더 높아집니다. 이렇게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가 사용되면서 전이성 위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꾸준히 연장되고 완치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4기암 환자가 HER2 표적도 없고, PD-L1도 발현이 안 돼 세포독성 항암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새로운 치료법을 기대할 것 같은데요.
진행성 전이성 암 환자에게는 임상시험이 좋은 치료 기회가 됩니다. 신약 임상시험은 말 그대로 새로 개발 중인 약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과정이므로 기존의 치료 약제에 내성이 생겨 치료 한계에 부딪친 환자는 임상시험으로 새로운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개발 중인 신약이 실제 환자에게 사용되려면 적어도 5-10년이 걸리는데, 임상시험을 통해 좀 더 일찍 신약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또 만약 표준치료에 약이 추가되는 임상시험에 참여한다면 기존보다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또 다른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의료진이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수시로 체크하고 관리하므로 치료의 질이 전반적으로 좋아집니다.
연세암병원 위암센터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위암 임상시험의 선두 그룹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과거에는 임상시험을 위험한 실험 수준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임상시험에 우호적인 편입니다. 연세암병원 위암센터는 전 세계의 메이저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신약 임상 연구를 위해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어떤 환자에서 반응이 나타나고 어떤 환자에서 반응이 없는지를 밝히기 위한 중개연구를 꾸준히 시행했고, 공익적 목적의 연구자 주도임상시험 또한 타 기관에 비해 많이 진행해 최근에 좋은 결과들을 많이 발표했습니다. 일례로 HER2 양성이고 PD-L1도 양성인 환자에서 HER2 억제제, 면역치료제, 2가지의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는 4제요법이 최근 표준치료가 되었는데, 저희 위암센터의 연구자 주도 2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제약사 주도의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어 표준치료가 바뀐 사례입니다.
항암 치료 중인 환자에게 교수님은 어떤 당부를 가장 많이 하시나요?
종양 내과 특성상 완치 가능성이 낮은 4기 암 환자들을 주로 만나게 되는데요. 4기로 진단받으면 치료를 포기하려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 등에 의존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러나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따라가다 오히려 건강 상태가 나빠져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장 좋은 암 치료는 검증된 암 전문 기관에서 의학 근거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표준 치료와 임상시험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암제를 사용하면 60-70%의 환자에서 효과가 있고, 또한 세포독성 항암제에 면역 항암제나 표적 치료제를 함께 투여받으면 적은 수의 환자지만 완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의료진을 믿고 검증된 치료를 받으시길 당부드립니다.
정민규 교수
종양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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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식도암, 흑색종의 항암약물치료 및 신약치료가 전문 분야이며,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장을 맡고 있다.
탁월한 실력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종양내과 의사의 가장 중요한 본분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연구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포치료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최선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생의 마지막에 선 환자에게는 의미 있는 삶의 마무리를 돕는 따듯한 동행자가 되기를 기도하며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4년 7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